수공사를 방문하다

금요일 밤인지 토요일 자정쯤인지 내 시계가 안맞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 다음 초침이 가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배터리가 나간 것이다. 내 시계는 세이코 프리미어 SNQ001J 인데, 이 시계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초침이 2초에 한 번 움직이게 설계되어 있고, 따라서 초침이 이렇게 움직이면 배터리를 교체할 타이밍인 것이다. 문제는 난 이 초침이 2초에 한 번 움직인다는 것을 인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시계를 보면서도 인지를 못했던지, 내가 안지하기에는 2초씩 움직이는 기간이 매우 짧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멈춰 버렸다.

그냥 동네 시계방에서 배터리만 갈면 되는 일이었지만, 예전에 동네 시계방에서 배터리 교체를 했다가 방수기능이 무력화된 경험이 있어서 이제는 예지동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검색을 하니, 이런 명언(?)이 있었다.

"수리는 수공사, 줄질은 신화사!"

이리하여, 난 수공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고작 배터리 교환을 하고자 수공사를 방문하였다. 내가 방문을 위하여 참조한 글은 아래와 같다:

http://blog.naver.com/theres_/70101501987

다만, 이 글에서 수공사와 신화사 가는 법을 모두 소개하고 있었는데, 난 이를 햇갈려 본의 아니게 신화사 위치까지 알게 되었다. 왜 이 커다란 세운 스퀘어가 안보이던지... 날씨는 오늘따라 왜 이리 덥던지... ㅎㅎㅎ

미로같은 세운스퀘어였지만, 위 블로그에서 적절하게 설명해준 덕에 그리 버벅이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고, 배터리 교체는 10분이 채 안되어 해결되었다. 시계가 멈춘 채로 72시간 안팎이 지났기 때문에 혹시나 배터리 누수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물론 그런 일은 없었고, 배터리를 교체한 후 잘 가는 시계를 볼 수 있었다. 칼렌더까지 맞춰 주신다.

시공사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계셨는데, 안쪽에 계신 분이 아마 주인이신 듯하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본 듯했다. 문앞에 계신 분은 동업자? 난 그 동업자(?)분에게 맡겼었다. 대충 보시더니 뭔가 프로페셔널하지만 고전적인 도구들을 통하여 시계 배를 따는 모습이 신기했다. 내 시계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해 보였는데, 난 쿼츠 시계가 이렇게 복잡하게 생기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조금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방수기능... 테스트 해봐야 할까나...? 예전에는 시계차고 샤워도 잘만 했는데, 왜 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