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모파상

모파상의 작품 중 내가 접했던 첫번째 작품은 『여자의 일생』이었다. 아마도 당시에 중학생이었을 것이다. 꽤나 적나라한 묘사에 나름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책 뒷편에 붙어 있던 여러 가지 단편소설을 읽었던 것이 내가 접했던 모파상의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극장에서 벨아미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원작이 모파상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격적으로 구매하여 읽은 것이 바로 『벨아미』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뒷편의 작품해설에 보니 당시 프랑스의 시대상이 그러했고 모파상은 그러한 시대상을 작품에 가감없이 반영했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 당시의 프랑스는 참 볼만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벨아미』라는 책을 읽은 후에 느낀 감정이 딱 막장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벨아미(Bel Ami)란 불어로 아름다운 남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별명이 벨아미이며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꽤 잘생긴 캐릭터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얼굴 반반한 남자가 유부녀 꼬셔서 팔자고치는 이야기가 펼쳐 진다. 물론, 그가 만난 상대 중 유부녀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막장드라마의 수준을 넘어 선다.
난 이런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돈많은 남자 만나서 팔자고치는 것은 대체적으로 여자들의 로망으로 여겨지는 사회풍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셔터맨이 꿈이다라는 남자들도 상당수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적나라한 이야기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모파상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사실성이다. 쓸데없이 권선징악을 추구하느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결말을 맺는 소설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런 결말이라면 주인공은 불륜이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그의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엔뎅을 봐야 한다. 하지만, 모파상은 결코 그렇게 교조적이지 않았다. 주인공이 선이든 악이든 기존의 스토리에 부합하는 엔딩을 선사해 준다. 현실에서도 반드시 악한 자의 결말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던가! 여성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남성독자로서 이미 벨아미에게 감정이입이 된 터라 그의 결말이 나쁘지 않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전소설임에도 현대소설과 비교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스릴 넘치고 파격적이다라는 느낌이 든다. 꽤나 쉽게 책장이 넘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 마네의 작품 중에는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임에도 자세한 내막을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바로 이 『벨아미』에서 그 술집이 등장한다. 책을 통해서 대충이나마 어떤 분위기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던 점이 개인적인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영화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우마 써먼이 마들렌 포레스티에역을 맡았다고 하니 역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