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와 마법의 숲

여러 루트를 통하여 트레일러 등을 접해왔던 터라 꽤나 기다리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활을 주무기로 하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려고 준비해 두었던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을 하는 바람에 개봉일이 적지 않게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

원제는 그냥 Brave이다. 아마도 이 제목으로 개봉했더라면 좀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을 수도 있을 듯하다. 왠지 제이슨 스타뎀같은 배우가 나와서 엄청난 액션을 펼칠 것 같은 느낌의 제목인데, 막상 보니 철없는 공주의 로드무비스러운, 게다가 애니메이션!

대부분의 미국쪽 애니메이션이 그러하듯이 어린이 관객들을 포용하려는 듯, 스토리가 꽤나 단순하며 코믹한 요소들 또한 다소 유치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소재의 독특함에 끌렸다. 다만, 그 소재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악센트의 독특함에 당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브리티쉬 악센트라는 것과 그 브리티쉬의 일부인 스코틀랜드인들이 사용하는 스코티쉬 악센트는 꽤나 거리감이 있다. 축구를 보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인터뷰를 보고 꽤나 알아 듣기 힘들었는데, 그에 못지 않다.

조신하게 지내다가 이웃 부족에게 시집보내려는 엄마의 등쌀에 뭔가 활로를 찾으려 마녀를 찾아간 것이 빌미가 되어 메리다의 엄마는 곰탱이가 되고 만다. 이를 해결하고 엄마를 다시 사람의 형상으로 돌려 놓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메리다의 엄마는 곰이 되었을 때 좀 더 존재감이 있는 듯하다. 이미 거대한 곰이 되었음에도 부끄부끄모드로 일관하는 엄마곰의 행동이 아마도 가장 큰 웃음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외에도 잔잔한 재미거리가 여기저기 튀어 나온다.

디즈니의 자회사인 픽사에서 만들었던 만큼 픽사를 위하여 많은 역할을 한 고인 스티브잡스에 대한 언급을 크레딧에서 했다고 한다. 크레딧을 다 보고 나올 만큼 참을성 있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네 부족의 군주중 하나의 이름이 매킨토시라는 말에 피식 웃을 만큼의 센스는 잃지 않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