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예비군 훈련 사실상 종료

올해로 6년차, 사실상 금년이 실질적인 훈련이 있는 마지막 해이고, 그 마지막 예비군 훈련이 마침내 끝났다. 너무나도 기뻐 훈련중에도 실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이렇게 행복했던 훈련시간은 처음이다.

그동안의 예비군훈련에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잘 맞지 않는 군화였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를 하여 훈련소에서 4주만을 마친 나로서는 마지막 4주차에 군화를 지급받았는데, 적절한 치수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맞지 않아 항상 발 앞쪽으로는 발톱이 고통을 받고 뒷쪽으로는 뒷꿈치에 찰과상과 더불어 물집이 잡히곤 하였다. 한 5년차부터는 노하우가 생겨서 발뒤꿈치에 밴드를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곤 하였다.

군화가 물리적으로 가장 고통을 준 요인이었다면 심리적으로는 군복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다. 워낙에 아나키스트기질이 있는 나로서는 국내의 분단현실과 지정학적 요인들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체주의적 통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굴욕적으로 느껴졌다. 즉,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힘없는 서민이기 때문에 열외되지 못하고 이런 곳에 끌려 왔다는 서러움이 감정을 지배하곤 하였다. 현실은 서민인에 마인드는 타락한 귀족이다.

그렇게도 혐오했던 예비군기간이 이렇게 끝나니 뭔가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시원하기만 하지 섭섭함 따위는 결코 없다. 여전히 난 예비군 제도는 그저 전역한 군인들 밥그릇 챙겨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악법이라고 생각하며 당연히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없어지면 좀 억울한 감정은 들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