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도 그렇고 그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 또한 꽤나 유명한 책이다. 그의 책이 논란이 된 것은 창조론을 주장하는 종교계와 꽤나 마찰을 일으킨 것이 이유 중에 하나일 텐데, 무신론적인 입장에 있는 나로서는 진작에 읽었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늦었지만 왜 이 책이 유명해 졌고, 왜 리처드 도킨스가 명성을 얻었는 가를 알 수 있었다. 비전공자에게 이렇게 알기 쉽게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자가 있을까 싶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딱히 종교계와 논쟁을 일으킬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여전히 증명되어야 할 증거들이 많음에도) 창조론보다는 진화론을 지지하는 편이고, 그러한 트랜드를 보자면 리처드 도킨스만 그렇게 비난 받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책 보다는 좀 더 강하게 종교계를 비판한 그의 다른 책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생명의 스프라는 표현부터 시작하는 진화론과 자연선택설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말 방대하면서도 면밀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조금씩 주제를 좁혀 가며 포유류에 이르게 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현상을 자연 선택설의 관점에서 설명해 나간다.

특이한 것은 인간, 아니 생명체의 본질을 유전자와 이것을 보존하기 위한 컨테이너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즉, 뇌를 포함하여 우리의 몸은 모두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전자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전제는 모든 유전자들은 자신들의 유전자 복제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하여 무한히 이기적이며, 주로 우리 몸속에 다른 유전자들과 같은 목적을 위하여 협력을 하곤 한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을 대비하여 이러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는데,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미리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도록 또는 그런 행동을 하고 싶도록 설계를 해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같은 고등생물체들은 본능에 많은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자유의지에 따라 본능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난 철학적으로는 조금 극단적인 유물론을 믿곤 하였는데, 세상사가 그렇게 다 결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인 듯하다. 다만, 이것은 나의 자의적 해석이다.

세부적으로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설명한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다.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 으로 정의를 하였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저런 유전자의 선택이 있다가도 결국 균형점에 이르게 된다라는 뜻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간은 이런 유전자의 복제를 위한 성향 이외에도 문화라는 또 다른 영향력 있는 힘에 의해 움직이며 이를 저자는 밈(Meme)이라고 정의했다. 과학적으로 딱히 증명된 것은 아니고 다소 애매한 주장이기는 하지만 흥미는 있었다. 본능과 문화를 자연 선택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자연 선택설에 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전공자로서 기본적인 상식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에서라도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지적 허영심을 충족 차원에서 꽤나 만족스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