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J. R. R. 톨킨

이미 오래된 영화축에 속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책과 영화 모두를 섭렵하며 톨킨이 창조한 중간계의 감동에 빠져들었던 것도 꽤나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만들었던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이 이번에는 반지의 제왕 바로 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호빗』을 영화로 만들었고 12월에 개봉한다길래 황급히 읽게 된 책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호빗』은 (당연히) 톨킨의 작품으로 프로도 배긴스(Frodo Baggins)의 먼 친척인 빌보 배긴스(Bilbo Baggins)가 드워프들이 용에게 복수를 하러 떠나는 여정에 말그대로 얼떨결에 합류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에게 엄청난 짐이 되었던 바로 그 절대반지를 빌보가 우연히 얻게 되는 과정도 설명되며 빌보가 차지하기 바로 전 반지의 주인이었던 스미골 또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만큼 길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비교적 선형적이고 짧은 이야기이며, 『반지의 제왕』만큼 철학적인 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물론 드워프들이 그들의 보물을 되찾고 난 이후에 달라지는 감정의 변화 등을 통해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비판하려고는 하지만 절대반지 만큼 공감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난 환타지 소설에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해줄 만큼은 아닌 것 같다. 뭐랄까... 사건들간의 인과관계에 다소 빈틈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난 특히 빌보가 별 명분이나 목적성도 없이 얼떨결게 드워프들의 여행에 합류하게된 과정이 참 못마땅했다. 읽다가 하도 답답하여 화가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궁극적인 적인 용은 참 엉뚱한 최후를 맞는다. 너무나 우연성이 짙다.

영화화에 대해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성공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호빗을 3부작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과연 3부작으로 나뉠 만큼의 이야깃꺼리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에 비교적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3부작으로 나뉜다면 그 전쟁은 마지막편에서만 다뤄질텐데, 1, 2부는 어떤 식으로 재미를 선사할 것인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