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마라』 나심 탈렙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렙의 신작(?) 『행운에 속지마라』를 읽게 되었다. (『그개는 무엇을 보았나』 서평에도 쓴 내용이지만), 사실 『블랙스완』도 내 서재에 꽂혀 있긴 한데 당시에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악평이 많아 객기로 원서를 주문해 놨더니 한 1/10정도 읽다고 포기했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무리 지겨워도 끝까지 읽는 오기같은 것이 있어서 포기한 책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데, 『블랙스완』 영문판이 바로 그들 중 하나이다. 듣기로는 초반부 레바논에서 자신이 개고생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글판도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번 『행운에 속지마라』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좀 투박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다. 이 책에서 언급한 바에 의하면, 나심 탈렙의 트레이딩 스타일은 매우 희박한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한국 선물옵션 시장 상황에 비유를 하자면 옵션만기일이 가까워 왔을 때 갑자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선물옵션 트레이더들 끼리는 이러한 행태를 꽤나 아마추어적이라고 비판하곤 하는데, 이렇게 저명한(?) 트레이더가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니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가 강조하는 블랙스완 이론에 비추어 보면 놀랄 일도 아니긴 하다. 양매도나 조금 복잡한 버터플라이/리버스-버터플라이 등의 콤비네이션으로 옵션 프리미엄을 조금씩 갉아 먹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다만, 이런 포지션은 블랙스완 수준의 충격이 오면 한방에 훅간다는 것이 문제인데, 늘상 우리는 내가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을 시에는 그런 일이 벌어 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거나, 그런 일이 온다면 시그널을 이용하여 피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정말 엄청난 손실을 보며 시장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심 탈렙같은 스타일은 확률상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성공률이 10% 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블랙스완급 충격이 시장에 가해지면 한번에 엄청난 수준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즉, 9번을 그럭저럭 버티다가 한 방에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수익을 얻는 트레이딩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9번이 될지 90번이 될 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 또한 쉬운 방법은 아닌 것이다. 다만, 크게 잃지 않을 뿐...

책의 원제는 『Fooled by Randomness』인데, 원제나 한글제목이나 우연히 시장수익율 이상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트레이더의 실력보다는 그저 운에 좌우되었을 가능성이 월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늘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통계적으로 접근하라는 뜻이이다.

트레이딩이 너무 잘 되어 자만심이 팽배해 있을 때 다시 꺼내어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