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연애하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국내주식투자나 이에 파생된 선물옵션 트레이딩에 있어서, 환율은 매우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가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거나 대응하여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내가 『환율과 연애하기』를 읽음으로써 얻고자 했던 것은 이런 환율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상식적인 지식이었는데, 책의 내용은 저자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가 일본 재무성(당시 대장성)에서 근무할 당시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나 중요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목적성에 있어서 핀트가 어긋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외환시장의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외환시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규모가 크고 그만큼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연루되어 있으며 따라서 특정 세력이 고의적으로 오랫동안 시장을 교란시킬 수는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90년대말 아시아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특정세력의 의도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 절대 아니며, 말 그대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컨센서스인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 베팅을 했던 세력들이 수익을 거두어 갔을 뿐이다. 즉, 일본 재무성일 지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트렌드를 바꾸는 수준의 일은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일지라도 외환시장을 오판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이며, 외환시장의 예측은 신의 영역임을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외환시장에 떠도는 음모론은 상당부분 과장되어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환율과의 연애(?)에는 실패하였지만 분량에 비하여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질은 결코 나쁘지 않아 어긋난 목적성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도 책제목은 좀 바꾸는 것이 나아 보인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환율시장에 대한 좀더 실무적인 지식을 읽어볼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