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사다, 시디즈 T110HA

그렇게 불편하다 불편하다 불만을 터트리게 만든 기존 에넥스 ENNEE 메쉬301이 며칠전에 마침내(?) 망가졌다. 가스가 새는지 높낮이 조절하는 부분이 정상작동하지 않았다. 이 의자가 망가지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태어나서 그렇게 불편한 의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새로 산거 버리기도 뭐하고...라는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몸을 의자에 마춰서 그럭저럭 써왔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냥 마케팅용 이메일에 50%세일이라는 문구에 속아산 ENNEE 메쉬301에 제대로 당했기에 이번에는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 보고 제대로된 의자를 사자는 생각으로 좀 찾아봤더니... 의자가 이렇게 비싼 물건인 줄은 처음 알았다. NHN 직원들은 독일에서 수입한 100만원짜리 의자를 쓴다지?

아무리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지만 그건 회사에서의 이야기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100만원짜리 의자를 살 엄두는 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가격으로 찾아 보고 최종적으로 낙점을 한 것이 바로 시디즈의 T110HA라는 제품이다.

의자라는 물건이 한 번 사면 그냥 계속 앉아 있는 것이기에 해당 업종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항상 어떤 의자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터넷에 의존했는데, 역시나 이러한 상품은 기업들의 마케팅으로 인하여 실제 사용기보다는 상품안내기같은 글들이 많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브랜드에서 그럭저럭 의자로 알려진 곳으로 압축하고 필요한 기능으로 다시 필터링을 하니 그나마 고르기가 수월해 졌다.

시디즈 T110HA는 물론 기존에 샀던 ENNEE 메쉬301보다는 백만배 편안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내 몸에 맞춘 것같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격이 20만원 안팎인데 이 정도의 가격을 주고 샀음에도 100%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좀 당황했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감정상태일 것이다. 의자 가격이 만만치 않고 따라서 20만원 안팎의 비용을 들였더라도 결국 보급형이라는 사실을 억지로 인지시킬 수 밖에 없었다.

기능상으로 당연히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등받이도 3단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손잡이 높이 조절도 가능하다. 다만, 내가 아쉬운 것은 좌판이 좀 짧은 경향이 있어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며 높낮이 조절기능이 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풍성한 방석을 하나 놓아야 할 것 같다.

의자라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적어도 한 번 정도라도 앉아 보고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펙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실제로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니... 이번에는 그래도 몸을 의자에 맞춰 써야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아 위안을 삼는다.

그나저나 요즘 집에 와서 데스크탑을 사용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새로 구입한 이 의자의 최대수혜자는 유튜브로 클래식 음악 듣는 취미에 푹 빠져 있는 울 엄마가 될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