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 분노의 추적자

한국에서는 서부영화라고 불리우는 웨스턴 장르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나 (게다가, 장고가 웨스턴 무비 장르에 속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 작품이라고 하기에 극장을 찾았다. 한국에서는 "장고 : 분노의 추격자"라고 개봉했고, 원제는 "Django Unchained"이다. 원제가 좀 더 영화내용에 부합하는 듯하다.

타란티노 영화답게 피가 난무하다 못해 터져나온다. 킬빌의 웨스턴 버전같은 느낌도 든다. 타란티노 감독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현실보다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잔인함을 가려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잔인한 장면을 피로 감춘다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그럼에도 이런 장면들의 연속됨은 관객을 고문하는 듯하다. 괴로운데 왜 보고 있을까나...

피로 물든 스크린보다 더 혹하고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인종간 대결구도로 나타나는 참혹성이다. 현재에도 남아 있는 인종간의 갈등은 그나마 비교적 은밀하게라도 자행되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서부개척시대(?)의 인종차별은 말 그대로 흑인을 열등한 생물체로 간주해 버린다. 그들에게 제3의 인종이라고 할 수 있는 나같은 아시아인의 눈에도 이것은 꽤나 잔인해 보인다. 그런 엄청난 차별의 시선을 극복하고 말을 탄 장고를 보는 흑인들의 감탄어린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은 정말 장고가 영웅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한 때, 그러니까 로미오와 줄리엣 시절에만 해도 하이틴 스타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는 이제 어엿한 중장년층이 되었고, 이에 걸맞은 역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좀 아저씨스러워졌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세월이 헛되지 않게 그의 연기력은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제 악역도 훌륭히 소화해 낸다. 영화 중반부부터 등장하지만 영화 전체에 있어서 그의 존재감은 꽤나 압도적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