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오페라갤러리 with Christine

아이패드를 보유하게된 이후로 일요일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잡지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곤 했는데, 미술관련 잡지를 보다가 오페라갤러리에서 봄을 주제로한 전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Christine에게 연락하여 보러 가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정확한 명칭은 봄의 제전Le Sacre du Primtemps. 불어를 잘 몰라 좀 아쉽다.

오페라갤러리는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라 이 전시회를 보기까지 해프닝이 좀 있었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오페라갤러리가 이전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 Christine보고 청담역에 있었던 예전 위치를 알려주고는 혹시나 휴일에 문을 닫는 것은 아닌가 연락처를 찾다가 오페라갤러리의 위치가 내가 알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알아 보니 위치가 도선공원쪽으로 이전했더라는! Christine에게 긴급히 연락하여 이쪽으로 오라고 했다.

새로 옮긴 오페라갤러리도 청담동 쪽에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참 모던하고 깔끔했다. 좀 더 어두운색 대리석을 사용하여 인테리어를 장식해서인지 좀 더 품위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난 이런 느낌을 참 좋아한다.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마루와 벽을 검은색 대리석으로 깔아 버리겠다는 소망이 있기도 하다.

안에서 사진촬영을 하긴 했는데, 열심히 서로 찍어 주다가 Christine과 같이 찍으려고 데스크에 앉아 있는 분에게 찍어달라고 했다가 실내에선 촬영 금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찍었던 사진을 지우라는 소리는 다행히 듣지 않았다. 굳이 찍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실내촬영 금지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정도의 뉘앙스인 듯하다. 이 관대함에 감사. 물론 플래시는 터뜨리지 않았다.

상설 전시와 엄격히 구분해서 큐레이팅을 해놓지 않아서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들을 감상하곤 하였는데, 오히려 꽃그림들은 어디에 있는거지라며 찾아야할 정도였다. 장소가 좁은 갤러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광활한 곳은 아니어서 이해는 한다. 그래도 좀 구별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정 작가의 작품들만 모아 놓은 전시회를 선호하는 편이기는 하나, 이렇게 마음편하게 볼 때는 여러 작가들의 그림들을 같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같다. 인상에 남는 것은 메인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샤갈의 그림이었다. 딱히 전형적으로 샤갈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림임에도 뭔가 특별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이 그림을 먼저 봐서 한참 찾았는데, 알고보니 갤러리밖에서 보이도록 전시가 되어 있더라는...

오페라갤러리 방명록에 이메일을 적어 놓고 왔다. 다음 전시회가 되면 알림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쓰다보니 전시회 이야기보다 오페라갤러리 이야기가 더 많은 것같다. 생각해보면, 난 작품들보다 오페라갤러리를 감상하러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