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 콘서트, ˝TO My Friends˝

회사에서 라이브플러스라는 콘서트 기획사의 티켓 예매프로그램 대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이번에 홍경민 콘서트 "To My Friend"의 티켓 두 장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다은 직원들도 몇 몇 얻어 갔다 ).

같이 가기로한 지나와 6시쯤 성대 후문에서 만나( 콘서트는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했다 ) 다시 내려가 저녁을 먹고 올라와 지나의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권유에 따라 야광봉을 하나 사고 나서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바꿨다. 윤팀장님이 얘기는 해놓았다고는 하지만, 4시 초대권이라 혹시나 문제가 있을까 했는데, 별문제 없이 교환! 거기서 회사 직원 한 분을 만났다. 그 분도 다른 여자분이랑 같이 왔다( 나중에 음료수 하나씩 사줬다 ^^ ).

홍경민이라는 이름답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여자들이었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다들 여자 친구의 등쌀에 못이겨 온 듯 했다. 이건 홍경민의 말이었는데, 실지로 주위를 둘러 보아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 남자들도 후회하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자신만만한 소리를 하는 홍경민. 첫 등장은 배치기라는 이름모를 가수들이 나와서 오프닝을 했다. 그 이후에 홍경민이 나왔는데, 홍경민의 어투나 억양 등이 내가 그토록 들어왔던 중급회계 김영덕 강사와 너무나 흡사하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들먹거리는 것까지 비슷하다.

공연이 시작되고, 다들 야광봉을 앞뒤로 혹은 옆으로 흔들어대었고, 댄스음악이 나오면 대부분 일어서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잠시 후에는 무대 바로 앞까지 나가서 사진을 찍거나 미친듯이 즐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 본의아니게 야광봉을 흔들어야 했다. 이렇게 소위 말하는 빠순이들과 동조하여 야광봉을 흔들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는 했으나, 팔짱끼고 앉아서 폼잡고 있는 건 더 우수울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몸을 을으켰다. 처음에는 이런 야광봉 놀이가 좀 뻘줌하긴 했지만... 음... 끝날 때까지 뻘줌했다.

홍경민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하게 올라가는 그런 류의 타고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열정적으로 부른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게다가 춤도 "이 녀석 좀 놀아본 놈이군."하는 수준 정도는 추기 때문에 누구네들 같이 비디오형 가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홍경민이 멘트를 할 때면, 빠순이들이 앞에 나가 폰카나 디카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홍경민의 말을 빌리자면 기자같았다. 이 홍경민의 멘트들은 노골적인 거만함이 담겨 있었고, 이러한 행동이 여자들에게는 먹힐지는 몰라도 나를 포함한 남자들에게는 상당히 기분나쁘게 들렸을 것이다. 다만, 그가 내밷는 멘트 하나하나에 거추장스러운 겸손함이 담겨있지는 않았다고 비난할 수 있을 망정, 허풍이 있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가 마음에 드는 건, 그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 팬들때문이라는 인과관계에도 맞지 않은 입에 발린 말을 하지 않고 운이 따라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운이 따르지 않았던 다른 무명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스트 중에는 싸이가 단연 돋보였다. 그의 인기는 홍경민을 능가했는데, 그의 춤이 그 인기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 과격한 춤이 여전하다. 그래도 난 병역특례요원인 그가 밉다, 커커...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적어도 내가 본 토요일 저녁 공연은 말이다 ). 그리고, 나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같이 온 지나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44,000원이라고 씌여진 표가격에 대해서 놀랐고, 공연 때마다 나에게 주어질 이 두장씩의 표를 현금화할 수는 없을까하는 유혹이 나의 주변을 서서히 갑싸기 시작한다. 한달에 적어도 두번, 대충 어림잡아봐도 이 회사를 고만둘 때까지 약 200여만원어치의 표를 구할 수 있다는 얘낀데... 이그!! 난 이래서 안돼!!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