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지난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있었던 지브리 스튜디오 레이아웃전을 보고 오는 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발견한 광고를 보고 급히 일정을 잡아 방문한 알폰스 무하Alfons Mocha전, (전시회의 정식명칭은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 뜻밖의 큰 만족감을 준 전시회였다.

예전부터 아르누보 스타일은 나의 선호대상이었다. 오로지 심미적인 관점으로만 예술작품의 호불호를 갖는 나에게 아르누보 스타일의 아름답고 다채로운 곡선들은 보기만해도 황홀함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누보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한없이 바닥수준이었는데 딱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상주의 작품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자연스레 여러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반면 아르누보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 선호되는 양식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알폰스 무하전은 "우연히 얻은 깊은 만족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잠자고 있던 아르누보 디자인에 대한 나의 열망을 깨우는 결과를 가져 왔는데, 정말이지 난 알폰스 무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아르누보 스타일에 대한 그의 업적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제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에 대한 포스터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품의 주제인 사라 베르나르 자체가 워낙에 아름답기도 하고, 그녀가 입고 있는 하늘하늘한 드레스의 곡선들과 배경에 성실하게 수놓인 다채로운 곡선들의 조화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안 사실은 알폰스 무하의 이러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작품자체로 제작되기 보다는 홍보용 포스터, 책의 삽화, 벽지 등 좀 더 실용적인 목적에 기반을 두고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대부분의 위대한 화가들이 사후에서야 진가를 인정받은 반면 알폰스 무하는 이미 생전에도 꽤나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난 작품들이 모두 타로카드가 튀어나와 확대되어 벽에 걸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로카드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타로카드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삽화가 그려져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폰스 무하가 타로카드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마친 후에는 벌써 다봤나하는 아쉬움이 남았고, 그런 아쉬움은 나에게 도록을 구매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도록을 직접 구매한 것은 2007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관람 후, 또 베르사유 궁전 관람 후의 구매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