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 더 라이벌

대부분의 남자들과 같이 차는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과 마찬가지로 F1에 대해서 딱히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F1을 주제로 하는 영화가 과연 나에게 흥미로울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끝까지 갈까말까를 망설인 끝에 극장에 찾았고, 그 선택은 옳았다. 러시 : 더 라이벌은 F1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 졌다.

원제닌 Rush에 더 라이벌이라는 부제를 붙여 좀 더 명확한 임팩트를 준 작명은 적절해 보인다. (난 왜 늘 영화 제목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1976년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을 바탕으로 당시에 일어난 사고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는데, F1에 대한 무지만큼이나 니키 라우다Niki Lauda와 제임스 헌트James Hunt의 라이벌리즘은 커녕 그들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상태로 극장을 찾았음에도 내가 극장에 간 것인지 레이싱 경기장에 간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을 해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연출 자체도 F1에 대하여 잘 모르는 관객을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사건이 거의 40년전에 일어난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 두 카레이서의 개인적인 묘사부분에서는 역시 범생이같은 모습의 니키 라우다보다는 한량같고 오입질이나 즐기는 제임스 헌트 쪽으로 감정이입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배우로서 크리스 햄스워스Chris Hemsworth는 토르를 통하여 눈에 익은 상황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사고 후의 눈물겨운 재활과정을 통해 니키 라우다에게 측은한 마음 이상을 갖게 된다. 정말 눈물겹다. 곁에 있던 마를렌 라우다Alexandra Maria Lara의 슬픈 눈망울이 이런 감정을 극대화 한다.

스피디 하고 스펙타클한 영화도 많고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는 많지만, 스피디하면서 뭉클한 영화는 드물다. 러시 : 더 라이벌이 그런 영화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