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그레이드와 램드라이브

DRAM 가격이 4GB당 2만원대를 형성하던 시절에는 계속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여기며 참다가 가격이 거의 두배로 오른 지금에서야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하는 이 어리석음, 그래도 좀 더 쾌적한 PC환경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눈 딱감고 업그레이드를 하긴 했다. 기존에 2GB 모듈 두 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4GB 모듈 두 개를 더 장착하여 총 12GB가 되었다. 8GB 모듈 두 개를 꼽고 싶었으나 AMD 785G 칩셋을 장착한 나의 구형 메인보드가 공식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4GB 모듈이 한계인지라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32bit OS를 사용하면서도 내가 메모리를 증설한 것은 남는 메모리를 램드라이브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다. 기존에도 4GB에서 3.25GB는 일반적인 메모리의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768MB는 램드라이브로 사용하면서 윈도우의 temp, 또는 paging 파일로 사용하곤 하였는데, paging 파일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번에 램드라이브의 용량을 8.74GB 늘리고, 거기에 paging 파일의 크기를 최대 800MB로 늘려 놓은 후에 아직까지는 그런 메시지가 뜬 적은 없다. 그리고, 나머지 용량을 기존과 같이 윈도우의 temp 용도로 사용함은 물론, torrent 파일의 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torrent의 사용은 SSD/HDD에 많은 부하를 주는 작업이라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하거니와 HDD는 소음까지 유발하기에 램드라이브에다가 torrent 임시 저장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오랫동안 생각해온 내 계획이었다.

위와 같은 설정이 끝나고 실제로 사용을 해본 결과 PC환경의 쾌적함은 꽤나 높아졌다. DRAM은 SSD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윈도우나 IE/Chrome의 temp 파일을 램드라이브에 저장하거나 paging 파일을 램드라이브에만 지정하면 HDD로 인한 소음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SSD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고가인 DRAM을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겠으나, 메모리에 대한 나의 집착이 이런 환경세팅을 가능케 하는 듯하다. 생각같아서는 새로 시스템을 맞추면 8GB 모듈 네 개를 꼽아서 32GB의 DRAM을 사용하고 싶다.

요즘 일로 인하여 바쁘기도 하고 아이패드 사용시간의 증가로 인하여 집에서 PC를 사용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열망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