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달러는 미국보다 강한가』 오세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난 이 제목이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달러가 곧 미국이고 미국이 곧 달러라고 인지하며 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가 미국보다 강한지 설명해 주겠단다.

책의 핵심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기축통화의 변천과정, 특히 왜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뀌게 된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미 지오반니 아리기의 저서 세 권을 읽은 나로서는 기축통화의 바통 터치가 매우 자연스러운 경제적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즉, 강력한 경제외적인 힘으로 헤게모니를 얻게 되고, 자연스레 그 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며, 기축통화국은 이로 인하여 세뇨리지seigniorage라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다가 기축통화로서의 불가피한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고, 그 타이밍에 치명적인 전쟁이 일어나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강대국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된다. 이것이 지오반니 아리기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그 과정을 설명한다. 물론,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의 변화만을 기술하긴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간단히 말해서, 영국은 파운드화의 패권을 포기하고 자국의 은행들을 지켰고, 미국은 달러를 지키고 자국의 은행들을 파산시켰다. 이로 인하여 달러는 좀 더 기축통화자리를 이어가게 된다.

나머지 개념들은 대체적으로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 기술한 상식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깊이가 없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 상식들 중에서 내가 잘 몰랐거나 다시 상기할만한 사실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흔희들 FRB라고 부르는 연방준비위원회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은 살짝 놀라웠다. 아마도 어디에서든 이 사실을 들었겠지만 기억하지 못하다가 이 책으로 인하여 다시 상기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굳이 이 책의 결론을 말하자면, 여전히 달러는 위대하며 대체할 수 없는 통화이고, 따라서, 위안화가 아무리 설쳐 봐야 아직 멀었다는 점이다. 우선 군사력에서 여전히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이 비경제적 요소 하나만으로 여전히 미국은 초강대국이고 달러 또한 향후에도 오랫동안 기축통화로 남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