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프리랜서 개발자의 미래?

이제 서른다섯, 삼십대 초반이라고 우기기도 힘든 나이에 봉착, 서서히 나의 무의식은 만으로 삼십대 초반이라 우기면 된다고 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 전에도 그러하긴 했지만, 과연 40대 이후의 프리랜서 개발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두려움이 나를 따라 다니곤 했다. 물론, 최대한 빨리 은퇴하여 한량같이 살고 싶다라는 나의 꿈을 주위에 떠벌리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건 꽤나 가능성이 낮은 꿈이니, 플랜A라고 주장해도 플랜B가 절실한 플랜A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40대를 앞두거나 40대 이후에도 계속 개발자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넌지시 만약 지금 프로젝트를 고만 두시면 어떻게 살아가실 거냐고 물어 보곤 한다. 사실, 이것이 좀 무례한 질문이기도 한데, 아무리 잘 포장한다고 해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새로 프로젝트 잡기도 쉽지 않을텐데 어쩔텐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임을 감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꽤나 곤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돌아 오는 대답은 (먼쩍은 웃음을 지으며) "모르겠다"이다.

모르겠다는 대답은 나의 궁금증이나 두려움을 해소해주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난 다른 40대 개발자들에게 똑같은 뉘앙스의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아 주리라고 생각하며... 그렇지만, 물어 보는 사람마다 다들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내가 질문을 던져본 개발자들은 대부분 단기성 SI 프로젝트보다는 SM이라고 불리우는 장기적인 시스템 운영 포지션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20대나 30대보다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도 있겠거니와 단기성 SI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장기 운영 포지션보다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장기 운영 포지션에 몇 년씩 있다보면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스킬에 부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해당 포지션에서 밀려나면 다시 새로운 포지션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흔히들 이쪽 업계에서 사용하는 "개발자 등급"이라는 것도 "고급 상" 수준으로 최고 수준으로 도달했기에 이 등급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결국, "중급" 개발자 단가 낮추어 일을 해야 하거나, 프로젝트 사이에 쉬는 기간이 늘어 나는 것을 감수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삶이라는 것이 이렇다. 잘 나갈 때는 그럭저럭 큰 돈을 만지는 것 같긴 하지만, 길게 보면 그리 유리한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 큰 돈이라는 것이 퇴직금이나 사회보장성 보험 등의 액수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댓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어느정도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단가에서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난 우연히 "모르겠다"라는 대답들 안에 진정한 답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할 때 고객들은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정직원들의 채용 프로세스를 보라. 서류면접이나 시험 등을 실시하여 여러 가지 잣대로 걸러내고, 다시 실무진이 쓸 만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1차면접, 그리고 이 녀석이 회사의 철학에 일치하는 인재인지 또는 인성에 문제가 없는 지를 살펴보는 2차 면접이 있다. 물론, 그 이상의 면접 과정이 있기도 하고 외국계 회사는 그 이상 여러 번의 인터뷰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프리랜서 개발자의 계약 프로세스는 어떠한가? 그저 누구 소개로 들어 와서 30분 정도의 인터뷰 후에 계약이 되기도 하고, 그보다 더 단순하기도 하다.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은 좀 써보다가 마음에 안들면 바로 교체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계약 후에 마음에 들 만한 스킬이나 그 밖의 사항이 고객의 마음에 드는 수준인가 밖에 없다. 나머지는 시장상황이나 랭귀지의 유행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 포지션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모른다. 그저 시장이 결정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 지는 현재 포지션에서의 계약이 종료되기로 결정된 순간부터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미리 고민해도 소용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이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내포한 실제적 의미,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가 아닐까 싶다.

흔히들 개발자의 미래는 결국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글세, 그건 너무 험난한 길이 될 것 같고, 선배들이 들어선 몇 가지 길이 있기도 하다. 컨설턴트로 일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인력소싱업체를 차리신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과연 누군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인가는 다시 한번 고려를 해야 한다. 시대는 바뀌게 마련이고, 산업의 흥망성쇠도 늘 바뀌게 마련이다. 벤치마킹을 성공적으로 하더라도 한꺼번에 망하기도 한다. 벤치마킹을 할 지, 새로운 길을 갈지도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