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 캔과 병의 차이

벡스Beck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거 맥주 중에 하나이다. 무난한 탄산과 대나무향 비슷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꽤나 가볍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떤 때는 그냥 대나무향이 나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가벼움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장점이라고만을 할 수 없다.

내가 주로 마시는 것은 330ml짜리 병으로된 벡스인데, 마트에서 500ml 캔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걸 보고 몇 캔 사와서 마셔 봤더니 맛이 상당히 다르다.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위에서 말한 가벼움만이 느껴져 그냥 맹물을 마시는 것 같다. 조금 과장하자면 국산맥주인 하이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캔으로 된 맥주가 유통기간이 얼마 안남아서 세일을 하는 오래된 녀석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캔 자체가 내가 느꼈던 그 대나무향같은 풍미를 보존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용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벡스는 병으로 마셔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캔과 병에 따라 비슷한 성향을 지닌 맥주가 필스너우르켈이다. 벡스만큼의 차이는 아닐지라도 필스너우르켈 또한 병으로 마셔야 처음의 달콤함과 끝의 쌉쌀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캔에 든 걸 마시면 쓴맛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