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리디북스에서 할인 이벤트할 때 구매해 놓고 그냥 방치해 둔 지가 좀 되었는데, 요즘 내 상황이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고르게 된 것인지 요 네스뵈의 작품인 『헤드헌터』를 읽게 되었다. 요 네스뵈의 작품은 처음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는데 그럭저럭 책장이 잘 넘어 간다.

업계 최고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술품을 훔치는 제2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라는 설정은 꽤 신선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지만 씀씀이가 해픈) 아내가 있다는 설정은 진부하긴 하지만 전자의 신선함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헤드헌터로 여러 실력있는 인재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있는지 은근슬쩍 물어본 다음에 똑같은 모조품을 준비한 후에 집에 침입하여 진짜를 훔치고 모조품을 걸어 놓는 것이 주인공인 로게르 브론의 특기이다. 이 제2의 직업(?)은 마누라가 워낙에 돈을 쓰고 다녀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단다. 피식했다. 아무튼, 이런 정교한 도둑질은 글로 읽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게 실제로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로 만들면 (소박한) 오션스일레븐같은 느낌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사건이 꽤나 복잡해 지는데, 아내의 갤러리에서 만나게 된 헤드헌팅의 타겟이자 유명한 미술품을 소지한 클라스 그레베라는 미지의 인물과 제대로 엮이면서 브론은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주인공이니 그냥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안들고, 과연 이 늪에서 어찌 헤쳐나올 것인가 궁금하여 중간에 끊기가 힘들다. 물론, 난 잘 끊어가면서 읽긴 했지만... ㅋㅋ

『헤드헌터』도 추리소설을 표방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추리소설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위기에 쳐했을 때 적이 방심을 하면서 어차피 죽을테니 다 알려주겠다며 그냥 스스로 까발려주는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난 이게 참 싫다. 뭔가 자연스럽게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방법이 도무지 없는 것일까? 이런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헤드헌터』도 이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병실에 누워있는 브론에게 클라스 그레베는 참 친절하게도 사건을 잘 요약해 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