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야요이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최근 전시회 관람한 지가 좀 된 것 같아서 인터넷과 미술관련 잡지를 뒤적이며 가볼 전시회 목록을 작성해 놓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쿠사마야요이전이었다. 부제는 A Dream I Dreamed. 현대백화점 주관(?)하는 Super Stage라는 이벤트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현대카드에서 진행하는 컬처프로젝트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할인 못받고 구매한 티켓
현대백화점 카드만이 유일한 할인가능 수단인 듯... 아마도 이 전시회에 내가 부정적이라면 상대적으로 비싸게 산 티켓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로비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여 왼쪽 계단을 통하여 한가람미술관 쪽으로 올라갔다. 한가람미술관으로 들어가서 전시회의 레이아웃을 파악하곤 다소 놀랐는데, 전시가 1층부터 2층을 넘어 3층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살짝 설레임을 가지고 1층 전시실로 입장을 했는데... 아니 이게 뭔 휑한 광경인가! 하얀색 땡땡이들을 찍어 놓은 빨간색 구형 설치물이 몇 개 쌓여 있을 뿐,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 몇 이 뛰놀고 있다. 당황스러웠다.

튤립에 대한 내 모든 사랑, 영원히 기도하리라
휑한 1층 전시실에서 그나마 가장 볼만한 작품.

저기 구석에 뭔가가 보여서 가보니 다채로운 색상의 땡땡이 도트를 입고(?) 있는 튤립 조형물이 보인다. 분명 입체적인 조형물이었으나, 벽과 함께 하얀색으로 칠해 놓은데다가 여기저기 땡땡이 도트가 장식되어 있어서 평면으로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땡땡이 빨간색 구체 안
땡댕이 빨간샌 구체 안에 투명한 구체들을 매달아 놓고 거울을 이용해서 무한이 많은 구체가 있는 것 같다. 가운데 저 검은 구멍이 내 카메라 렌즈이다

그리고, 몇몇 관람객들이 빨간색 구채 중 하나에 다가가 안을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을 발견, 나도 가서 보았더니 안에 거울을 이용한 화려한 예술품이 구채 안에 설치되어 있었다. 살짝 환상적이다. 2층으로 올라가기전 본 어두운 방안에서의 거울을 이용한 무한한 사다리는 딱히 임펙트는 없었다.

가장 인기있는, 호박
이 작품 왼쪽에 씌여 있는 호박에 대해서라는 쿠사마 야요이의 시를 보고 피식했다. 호박이 너무 좋단다.

2층으로 올라가서 개 조형물들을 대충 감상해주고 이 전시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호박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회의 프로모션에도 가장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이것인데, 역시나 많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사진찍는 관람객이 많아, 나도 한장 남길까 했으나 배경이 너무 밝아 괜찮은 사진이 나올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확실히, 이 작품이 가장 임펙트 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마도 이 작품일게다. 이외에 2층에는 검은색과 흰색을 이용하여 완성한 마치 판화같은 모노토너스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그림들의 반복을 주제로한 작품이었으며, 프렉탈같으면서도 반복되는 패턴이 살짝 다양화되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놓치지는 않았다.

관람객 참여형 공간
땡땡이 스티커를 나눠주면서 붙이고 놀라고 했지만,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잘 노는 다른 여자 관람객들과는 달리 무척 뻘줌하더라는...

3층 전시실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가구와 벽이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는 방엔에 관람객들이 직접 다양한 색의 땡땡이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참여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나이 어린 여자애들은 좋다고 붙이고 사진찍고 있었지만, 왠지 난 여기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대충 보고 나왔다. 괜히 신발만 벗었다 신었다 번거로웠다.

3층의 또 다른 전시실은 (다른 작품들이 대부분 조형물인 것과 다르게) 회화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땡땡이! 이런 그림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날로그적 프렉탈? 그 중 "무한이동점"이라는 작품이 살짝 기억에 남는데, 눈의 착시를 이용해 많은 점들이 조금식 움직이는 듯하게 보이게 만든 작품이다. 마치 현미경으로 역동적인 세포들을 관찰하는 것 같았다.

그 밖의 작품들도 땡땡이라는 대주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려웠다. 호박과 땡땡이만 기억에 남을 것같다.

가장 징그러웠던...
아마도 이번 전시회에서 내가 가장 징그럽게 생각했던 작품일 것이다. 뭔가 RPG 게임에서 보는 몹인 거 같기도 하고...
어두운 곳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땡땡이
내가 입었던 밝은색 셔츠도 반짝거렸다. 살짝 으스스했다.
작가가 직접 출연한 비디오아트
거의 전시회 마지막 공간에 비디오아트를 틀어 주는데, 난 딱히 관심은 안가지고 그냥 앉아서 사진정리를...^^;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왠지 모르게, 난 작품들을 오래 보고 있는 것이 불편했다. 이 땡땡이들이 과장하면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색상들이 너무나 화려하고 노골적이며 땡땡이들과 거의 보색같은 수준의 대조를 이루어서 독이든 버섯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마주보지 못하고 서둘러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 버렸다.

미술 평론가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이런 작품들에게 어떤 평을 할 지 참 궁금하다. 그저 난 이번 쿠사마야요이전을 작년 겨울에 갤러리 플라토에서 관람한 무라카미 다카시 수퍼플랫 원더랜드만큼이나 이질적인 전시회로 기억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