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카벨뤼전 @오페라갤러리 서울

리타 카벨뤼Lita Cabellut전을 관람하고자 오페라 갤러리 서울Opera Gallery Seoul에 들렀다. 오페라 갤러리의 방명록에 이메일 주소를 남기면 전시일정이나 홍보관련 메일을 보내주곤 하는데, 그 메일에서 본 작품들이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는 전시 기간 초기에 얼른 방문을 하였다. 지난 전시인 "아메리칸 아이콘American Icons"는 어영부영하다 놓친 경험이 있기에...

카벨뤼의 작품들은 추상적이지 않아서 좋다. 난 현대미술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나침"이라 함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관람하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 예술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작품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는 뜻은 아니다.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꽤나 친숙하기도 하다. 특히, (그녀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전시에는 코코 샤넬Coco Chenel의 초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

카벨뤼 작품들의 특징은 캔버스에 광택이 많이 나는 물감으로 표면을 칠하였고, 거기에 의도적으로(?) 마치 땅이 말라 갈라진 듯하게 표현을 하여, 마치 얼굴의 피부가 도자기 같은 느낌이 든다. 무론, 깨어진 도자기 같은 느낌이다. 이 깨어진 부분때문에 인물이 매우 불량스러운 성격을 지녔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데, 정작 소재가 된 인물들을 표현할 때는 (그것이 남자 모델이라 할지라도) 윤곽선을 여성스럽게 표현해 놓아서 오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밖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꽤나 거칠게 흰 색으로 처리해 놓았다. 눈동자나 눈가 또는 콧잔등을 붓터치가 노골적으로 느껴지도록 그냥 휙 그려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하게 카벨뤼의 작품들을 보면서 언젠가 보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 너무 확연하고, 특히 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깨어진 도자기 같다라는 표현을 했던 것 같다. 정말 본 적이 있는 지, 또는 소재로 사용된 인물들이 친숙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작품들을 이번에 처음 본 것 같지가 않다. 루돌넷에 전시회 관련 글들을 한 번 뒤져봐야 겠다.

오페라 갤러리가 그다지 관람객에 친절한 갤러리가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나 좀 불편함을 느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긴 있는데, 제목조차 불어를 그대로 적어 놓았을 뿐더러, 다른 자세한 설명을 달아 놓지를 않았다. 또한, 이것은 갤러리 측에서 뭐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재료에 대한 표현을 그냥 "Mix media on canvas"라고만 해놓아서, 과연 이 깨진 도자기같은 표현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진 못했다. 또한, (이것은 약간 고질적인 문제인데 ) 장소의 협소함 때문인지 꽤나 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그림은 앉아서 일하고 있는 직원 뒤의 벽에 전시되어 있어서 보려면 꽤나 눈치가 보인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난 오페라 갤러리 자체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우선 전반적으로 어두우면서도 빛나는 듯한 인테리어를 좋아하고, 입장료가 없다!! 오페라갤러리는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갤러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별로 작품을 살 것 같은 행색이 아니면 신경을 안써준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냥 들어가서 작품 구경하고 나오면 된다. 뭐 언젠가 내가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살 수도...?

이상욱